보평고 1학년 기말, 객관식만 냈는데 왜 더 어려웠나

안녕하세요, 베토영어학원 원장입니다.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 표정부터 읽습니다. 이번 보평고 1학년 기말은 유독 같은 말이 여러 번 돌아왔습니다. “객관식만 나왔는데, 왜 더 어려웠을까요.” 저는 그 질문이 이번 시험을 가장 정확히 요약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번 시험을 한 문단으로 정리하려 합니다. 보평고 1학년 이번 기말은 객관식만 출제됐는데도 1등급 컷이 중간고사와 같았습니다. 지문의 70% 이상이 변형돼 출제돼 본문을 외운 학생조차 처음 보는 지문처럼 느꼈고, 감으로 문맥만 잡아 답을 고르던 습관이 그대로 오답이 됐습니다.

객관식이 쉽다는 건 오래된 오해입니다. 서술형은 직접 써야 하니 부담이 커 보입니다. 특히 보평고 내신은 그동안 서술형에서 점수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기말은 서술형 없이도 등급 경계가 중간고사만큼 높았습니다. 서술형이 빠져서 어려웠던 게 아니라, 객관식만 남았는데도 어려웠던 겁니다.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눠 보려 합니다.

첫째, 변형입니다. 변형 출제란 수업에서 다룬 지문의 문장 순서를 바꾸거나, 같은 뜻을 다른 단어로 갈아 끼워 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번 기말은 전체 26문항 가운데 20문항, 약 77%가 이렇게 손질돼 나왔습니다. 게다가 출제 지문 대부분이 교과서가 아니라 수능특강 라이트 계열이었습니다. 수능특강 라이트는 EBS가 펴낸 수능 대비 입문 교재입니다. 정작 교과서는 이번 시험 범위에서 빠졌습니다. 수업에서 함께 읽은 지문이 시험지에서는 문장 순서가 뒤바뀌고, 익숙하던 단어가 다른 표현으로 갈려 나옵니다. 본문을 통째로 외워 온 학생이 시험지 앞에서 낯선 글을 만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거 본 적 있다’가 통하지 않는 자리였습니다.

둘째, 선지의 어휘입니다. 답을 가르는 다섯 개의 선택지가 어려운 단어로 채워지면, 지문을 대충 훑어 문맥만 잡던 방법이 멈춥니다. 이번 시험은 난이도 ‘상’으로 분류되는 문항만 6개였습니다. 한 학생은 지문은 알겠는데 선지가 안 읽혔다고 했습니다. 지문 해석은 얼추 되는데, 정답과 오답을 가르는 마지막 한 단어에서 막힌 겁니다. 감으로 답을 좁혀오던 길이 그 지점에서 끊겼습니다.

셋째, 축적입니다. 저는 이번 시험의 약 70%를 벼락치기로 닿을 수 없는 ‘축적 영역’이라고 봅니다. 축적 영역이란, 시험 직전의 몰아치기보다 매주 쌓아 온 시간이 점수를 가르는 부분을 말합니다. 뜻을 이해하는 눈과 단어를 손에 익히는 시간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변형된 지문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어려운 선지를 끝까지 읽어내는 어휘력은 시험 2주 전에 급히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번 보평고 1학년 영어가 정확히 그 자리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런 시험은 반 안에서 거리를 벌립니다. 매주 지문을 스스로 해석하고 단어를 손에 익혀 온 학생은 지문이 바뀌어도, 선지가 어려워져도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시험 직전 본문 암기로 버텨 온 학생은 변형과 어휘가 겹치는 순간 기댈 곳이 사라집니다. 실력의 차이라기보다, 쌓아 온 시간의 차이가 그대로 점수의 거리로 나타난 겁니다.

Q.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A. 세 가지를 함께 바꿔야 합니다. 첫째, 외우지 말고 구조로 읽습니다. 주어와 동사의 뼈대를 먼저 찾고, 문장과 문장이 어떤 논리로 이어지는지 표시하며 읽는 연습입니다. 이렇게 읽어 두면 순서가 바뀌거나 표현이 갈려 나와도 글의 뼈대는 그대로 보입니다. 지문이 변형돼도 뜻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둘째, 어휘를 선지까지 넓힙니다. 지문에 나온 단어만이 아니라, 그 단어의 유의어와 반대말, 선지에 등장할 법한 표현까지 함께 익혀야 합니다. 셋째, 매주 쌓습니다. 일주일에 지문 몇 개를 스스로 해석하고, 틀린 단어를 다음 주에 다시 확인하는 리듬입니다. 이 세 가지가 곧 축적 영역을 채우는 실제 공부입니다.

보평고 1학년은 지금 상위권과 중위권의 거리가 유난히 벌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번 결과가 아쉬웠다면,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준비의 방향이 시험의 방향과 어긋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방향은 바꿀 수 있습니다. 다음 시험까지 그 방향을 함께 잡아가려 합니다. 🙂